하루 세번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 '득량역' 여행
에세이
트래블러 전남 보성_네번째 이야기
#보성#간이역#오일장#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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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도 부산도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이동할 수 있는 시대지만

전라남도 보성은 여섯 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걸리는 여전히 느리게 가는 무궁화호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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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으로 귀촌하려고 왔다 갔다 하던 시기 비행기를 타고 광주에서 또 한 시간 반 여행하는 마음으로
느린 무궁화호를 타고 작은 간이역이 있는 이 시골마을에 왔다.

하루 3번 정차하는 간이역에 홀로 앉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막막함과 약간의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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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이역이 있는 시골마을에 머물러보기로 결심을 하고 난 뒤에는
분주하게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던 도시의 바쁜 삶은 전생 같기만 하고,

눈에 띄게 무언가를 해낸 것은 없고 하루하루 잉여롭게 보낸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드넓은 평야에 막 모내기한 초록빛 벼가 익어 황금빛 물결이 되는 걸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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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에 내려 밖으로 나가기 전 기찻길을 따라 역 안에 만들어진 공원을 산책해본다.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까 싶은 커다란 나무들과 꽃들이 가득한 조용한 길을 걸으며 사색해보고
기차가 떠나가고 다시 고요해진 간이역에 혼자 앉아 손등 위로 내리쬐는 햇살의 따스함을 한번 즈음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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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면 역전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추억의 거리가 있는데, 행운 다방과 역전 이발소 오봉 상회는
지금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곳들로 행운 다방에서 오래된 소파에 앉아 계란 노른자 띄운 쌍화차를 한잔해도 좋다.

득량 반점에서는 건강한 우리 밀로 만든 면에 새싹 삼을 올린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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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간이역인 예당역에는 5일과 10일에 오일장이 열리는데 아마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오일장이 아닐까 싶다.

득량역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거리라면
예당역은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찐 시골 간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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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에서는 싱싱한 소라 만원어치와 예쁜 꽃무늬 반장화를 샀다.
역 근처에 있는 썸 타는 분식에서는 떡볶이와 순대, 먹방분식에는 김밥과 토스트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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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골에도 내년이면 경전철이 들어오고 내후년에는 KTX가 들어온다.
그때가 되어도 여전히 조용한 시골이겠지만 느린 기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다면 배낭 하나 메고
무궁화호를 타고 천천히 간이역을 따라 여행해보기를 추천한다.

경수님

 

온바없이 왔다 간바없이 가는 은둔형 여행자!
지금은 보성 시골마을에서 예술명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있다.

@cocoa2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