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줄이고 마음은 가볍게
에세이
배낭 하나로 시작한 첫 백패킹 추억
#백패킹#미니멀 라이프#캠핑#여행#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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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짐 들로부터 정리의 스트레스를 없애 보기 위해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캠핑을 시작한 지도 5~6년 지나고 보니 필요할 것 같다는 이유로 편할 것 같아서 하나씩 산 짐들이 제법 늘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지만 막상 가져가서 쓰지 않았던 물건도 있고 떠나기 위해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보니 가기 전부터 힘을 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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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가고 싶었던 작은 섬이 있었다. 반려견 나리와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캠핑을 해야만 했고 차 선박이 안되는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다 보니 백패킹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첫 백패킹, 말 그대로 짊어지고 나르는 최소한의 짐으로 야영하며 하룻밤 묵기로 했다.

전기와 불을 쓸 수 없는데 괜찮을까?
화장실과 샤워장은 없는데 불편하지는 않을까?

배낭 하나 짊어지고 하룻밤을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처음 백패킹 짐을 싸려고 하니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배낭엔 다 들어가지 않고 무거워졌다. 딱 필요한 것만 욕심부리지 말기로.

작고 가볍지만 튼튼한 텐트, 매트, 침낭, 물티슈 (씻지 못할 수 있는 걸 대비)
구급약, 물과 간단한 식량 (최대한 불을 쓰지 않도록)
제일 포기할 수 없는 맛있는 커피와 가벼운 책 한 권
그리고, 이것들을 잘 담을 수 있는 튼튼하면서도 몸에 잘 맞는 배낭이면 끝.

봄 비진도

남편과 가끔 캠핑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일까 기억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둘 다 별 고민 없이 ‘비진도’ 라고 말한다. 따뜻한 봄에 한번, 그해 한 여름에 또 갔던 첫 백패킹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들어가면 나오면 작은 섬 비진도는 통영의 섬 중 많이 알려져 있는 소매물도 가기 전에 내리면 된다. 비진도는 외항과 내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외항은 트레킹이 가능한 바다 백 리 길, 산호길과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텐트를 치려면 주민들이 주로 사시는 내항의 폐교 운동장에 가능하며 꼭 이장님께 미리 허락을 구해야 한다. 내항에서 외항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데 2km 정도로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조금 안 걸린다.

여름 비진도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서 커피 물을 끓이는 거 외에는 가스를 쓰지 않기로 했다. 점심은 통영 터미널에서 산 충무 김밥을 먹었고 섬을 걷다 보니 출출해서 내항에 하나 있는 휴게소 매점에서 라면을 사 먹었다. 저녁으로는 딱 한 곳 문이 열려 있던 횟집에서 그날 잡은 회와 매운탕을, 그리고 아침으론 가져간 빵과 커피를 마셨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지만 그 수고로움은 여행객들이 떠난 한적하고 고요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다 잊혔다. 비 온 뒤라 쌀쌀하고 출출했던 차에 발견한 바닷가 앞 식당. 맛있는 자연산 회와 매콤하고 뜨거운 매운탕에 소주 한 잔으로 그날의 피로가 싹 풀렸다. 다시 어두워지기 전에 내항의 우리 텐트로 걸어가야 했지만 그 길도 즐거웠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에 나오는 것처럼 섬 어딘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오는 이가 있을까 싶을 작은 핸드드립 커피집을 열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상상도 해 보았다.

짐은 줄이고 자연과 더 가까운 곳에서의 하룻밤,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 백패킹의 매력이 아닐까, 또한 소수로 즐기기 때문에 거리 두기가 필요한 요즘 잘 맞는 여행 법인 것 같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자발적 고립이 필요한 순간 우리는 배낭 하나씩 매고 섬으로 갈 것이다.

나리10

By 루시

홍보 마케팅 일을 하다 잠시 도시를 벗어나 제주 살이를 하게 되었고 지금의 남편과 반려견을 만났다. 현재는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구례로 귀촌한지 4년차, 구례읍에서 작은 잡화점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경남 @hellolucy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