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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제처럼 오늘은 여행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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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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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트래블러 낭만구례댁의 방구석 여행 에세이

#여행#랜선여행#회상#파리








인친들이 올린 해외여행 사진을 보며 부러워했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 SNS를 보면 옛 여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요즘, 지난 여행 사진을 뒤적이며 회상하곤 한다.








방구석 랜선 여행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여행에 빠졌던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행 앓이 중이다. 최근에는 넷플렉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정주행 하며 지난 파리 여행을 떠올렸고 여행 유튜버 ‘여락이들’의 지난 여행기를 찾아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조금 유치하지만 읽는 재미가 쏠쏠한 레베카의 로맨틱 파리 소설 ‘센 강변의 작은 책방’도 다시 읽었다.










겨울 이맘때가 되면 내게도 떠올리는 추억이 있다. 16년 겨울 남편과 결혼 전 떠난, 한 달 동안의 런던, 바르셀로나, 파리 3개국 자유여행인데 가끔 사진첩을 열어 그때를 곱씹곤 한다. 그중 우리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시간들은 유명한 관광지를 간 것보다 여행지에서의 일상이다.










평소에는 아침을 거르지만 일정이 없는 여행지의 아침은 여유롭다. 토스트를 굽고 라벨도 예쁜 다양한 잼과 시리얼을 앞에 두고 천천히 즐기는 아침 식사, 오늘은 어디를 갈지 이야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카페에 가는 것이다. 낯선 도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속에 있지만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 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책을 보거나 일기를 끄적이는 시간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이다.









다리가 아플 만큼 발길이 끄는 대로 구경하며 하염없이 걸었던 길 위도, 마트에 들러 값싼 치즈와 처음 본 예쁜 과자들을 사와 숙소에서 와인 한잔하며 속 이야기를 했던 밤, 창밖의 소음들이 들리고 삐걱거리는 오래된 침대의 낯선 잠자리도 그립다. 에펠탑이 보이는 작은 집에서 한인 마트에서 산 라면과 김치 하나에 행복했던 시간,


삶이 힘들 때 견디게 해주는 순간들이 여행 속에 있었다.










‘여행은 어제인 듯, 오늘은 여행처럼’


제주에서 쓴, 나의 첫 독립 출판물의 제목인데 여행은 어제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일상처럼 보내고 오늘은 여행처럼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설레고 싶다는 뜻이다. 지금 떠나지 않지만 나의 일상을 여행처럼 좋아하는 일로 가득 채우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지내려고 한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떠나지 않아도 일상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낼 수 있도록, 여행하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답답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마도 언제든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모두의 멈춤이 필요한 요즘,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하면서 오늘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의료진, 관계자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오늘은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은 내려두고 정성스럽게 차린 요리를 준비한 후 작지만 아늑한 방에서 남편과 함께 영화를 봐야겠다. 눈이 곧 내릴 것 같이 흐렸던 파리가 그리운 날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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